Sunday, October 19, 2014

짧고 굵은 파리여행

회사도, 학교도, 사업도, 그리고 기타 사회활동도 끊임없이 나에게 일과 프로젝트를 만들어주는 요즘, 1시 2시에 로그아웃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아마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그래도 짬날때마다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을 한다는게 참 대단한 것 같다. 블로그에 글 쓸때도 조금씩 조금씩 사나흘에 거쳐 써서 올리고...

예전 블로그를 돌아보니 '열심히 "살아남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고 했는데... 오랫만에 반가운 친구와 과거를 얘기하다보니, 그땐 뭐가 그렇게 힘들었나 싶다.

서론은 이만 접어두고, 이 포스트는 2박 4일간의 여정을 한번에 올려니 매우 길어질 것 같다.

완전 뜬금없이 아는 동생이 파리행 비행기표를 공짜로 (사실은 마일리지 공제로) 예매했다고 한다. 아시아나에서 5만마일에 보스턴-몬트리올-파리 왕복표를 프로모션 중이었던 것.

회사만, 학교만, 사업만 열심히 하기보단 한번씩 여행도 다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 고민하다가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여행도 못다니며 일만 하는 내가 불쌍하셨던지 호텔까지 아버지 포인트로 예약하라고 하신다 +ㅁ+ 당연히 바로 결제해 줘야지.

동생과 맞춘 일정은 11일 오후에 출발하여 14일 점심때 돌아오는 - 정확히 하루 반나절의 시간이 있는 - 매우 빡빡한 일정.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될지 몰라 일단 가보기로 결정.

오랫만에 국제선 이코노미 탔더니 기내식에 대한 감각이 사라졌던 상태인데, 위대한 나에게 이코노미 기내식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그래서 쿠키와 디저트, 빵 등등을 죄다 챙겨먹고 옆좌석에 앉은 동생것까지 뺏어먹어가며 샤를 드 골 공항에 착륙!


아아... almost in Paris!!!
First non-US stamp on my passport! 
처음으로 여권에 외국(미국이 아닌...) 도장도 흐릿하지만 찍어주고, 도착해서 짐찾고 (샤를 드 골은 새 공항이라고 꽤 깨끗했는데, Baggage Claim이 좀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더라는)  열심히 걸어서 파리 시내로 데려다 줄 열차를 타고 호텔로 출발!


예전에 한국에서 지하철표도 이리 비스무리하게 생겼었는데...
아마 혼자였으면 지하철 타는 일이 없었을텐데, 덕분에 유럽에선 처음으로 기차에 타보는 경험도 해보고.



오기 전에 파리에 대한 블로그도 몇개 읽어봤는데, 지하철도, 지하철 역도 별로 깨끗하지 않다고 해서 처음엔 꺼려졌지만, 막상 타보니 크게 더럽지도 않고, 의자도 은근히 편하고, 시내직항이라 별로 느리지도 않아서 괜찮았다는.



일단 시내에 내려서 호텔로 바로 걸어가서 체크인 하는데... 호텔 문 안에 들어서자마자 저런게 있네요? 무슨 카페같은거같은데 3일동안 머무르며 사람들이 앉아있는걸 구경을 하진 못하고... 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체크인 중 SPG 골드회원의 위엄을 체험함. 요즘 마일리지, 스카이팀/스타 얼라이언스 골드회원등의 혜택을 몸으로 체험하며 열심히 쌓아가려고 마음을 먹게되었다.

루브르 박물관 향해서 정원 걸어가는길~


참 운이 좋았던게 비휴가철/비성수기라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는 날이라고 (내가 보기엔 많았던) 모나리자도 바로 앞까지 가서 볼 수도 있었고, 나름 느긋하고 여유롭게 루브르 박물관을 1층부터 4층까지 (정확히는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싹 다 돌게 되었다.


다른건 몰라도 천장이 멋있었던. 덕분에 홀 하나 지날때마다 천장부터 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하도 루브르 루브르 그래서 뭐가 그리 루브르인가 했더니 확실히 크긴 컸다. 내 느낌은 '우와'보단 나중에 처자식 데리고 온다면 엄청 고생할 것 같다는 것? 처는 뭐 가보고싶다고 하면 같이 가보고 (혹은 이미 가봐서 안가봐도 되는 사람을 찾아야겠나??), 자식은 지가 커서 가고싶다면 알아서 가라고......

루브르를 보고 난 후에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향하여 부지런히 걷기!



센강을 따라 걷다보니 확실히 도시 자체가 아름다긴 아름다웠다. 그러고보니 세계에서 아름답다는 도시들은 죄다 강을 끼고있나? 파리, 부다페스트, 비엔나, 프라하... 뭐, 서울. 그리고 보스턴도 친구들이 보면 이쁘다곤 하던데 (사진 보면 이쁘기도 하고... 보스턴 조금 더 자주 나가봐야할듯).



이런 웅장하고 장엄한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는데, 비행기에서도 제대로 못자고, 도착하자마자 루브르 돌고 열심히 걸어서 성당에 왔던지라 열심히 졸았다ㅠㅠ 하느님 죄송합니다!



미사 끝나고 밖으로 나와 다시 위를 올려다보니... 진짜 웅장하다. 이런데서 미사드리는 파리사람들은 좋겠어~

미사가 끝나자 역시 이제 뱃속에서 식충이가 울어대기 시작하여 어쩔까 고민하다가 밑으로 보이던 길을 향에 무작정 걷기 시작! 광주의 충장로를 상기시키는 어떤 거리에 들어가서 둘러보기로 결정을 했다.


뭐랄까, 파리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었던 것 같은 길거리에서 저녁식사. 같이 간 친구는 에스파라고를 먹었고, 달팽이에 무언가 거부감이 있었던 난 그냥 무난하게 confit de canard. 그런데 나중에도 느낀거지만, 프랑스사람들 참 빵 좋아하고 감자튀김 겁나 먹던;;



와인의 본고장이라는 프랑스에서 무슨 와인을 마실까 메뉴를 펼쳤는데 이상하게 이 레스토랑은 마을 이름만 (내가 메뉴를 잘못 봤나??) 있어서, 그것도 거의 80%가 처음 보는 마을이름들이라 그냥 생떼밀리옹 와인을^^


역시 생떼밀리옹은 모르고 골라도 잘못될 일이 없슴돠~ 캬~~ 근데 프랑스라도 레스토랑에서는 와인이 비싸다는걸 깨달았다ㅠ_ㅠ 우리 COO가 유럽에서는 5-6유로면 좋은 와인 얼마든지 마시는데 미국에선 20달러 한다고 해서 쌀꺼라 생각했는데, 하프보틀이 12유로라니...


돌아오는 길 역시 분위기가 좀 있었는데, 관광사 통해서 오면 버스타고 휙 지나만 간다는, 뭔가 유명은 한데 기억은 안나는 건축물도 지나와주고, 느낌있는 사진도 한장 뽑아주고~

일단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정신없이 돌아다녀 첫날은 일단 휴식하기로 하고..... 8월 말부터 회사프로젝트와 학교 과제들, 그리고 사업 확장하는 것 때문에 매일매일 3-4시에 자는 생활을 반복하다가 완전 꿀잠자서 개운하게 인났다.

오전엔 호텔 바로 옆이었던 콩크르드 광장을 시작으로 샹젤리제를 걸어 올라가며 개선문으로! 개선문으로 향하는 도중에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는 해프닝이 발생하였으나, 몸싸움하는 도중 내가 지갑이 사라진걸 알아차리고 오히려 상대편의 손목을 잡으며 지갑을 내놓으라고 하니 옆에있던 아줌마가 되게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Excuse me~' 하며 돌려줬다.

도착해서 ATM에서 현금 뽑으면 된다고 하여 달러도 하나도 안들고왔는데, 파리 ATM이 비밀번호를 6자리까지만 입력할 수 있게 되어있어 (내 데빗카드는 8자리다) 현금을 뽑지도 못해 지갑 안에 현금이 없어서 매우 다행이었던 것 같다.



하여튼 소매치기 아가씨들을 뒤로 하고 계속 걸어올라가며 오토브랜드 갤러리들과 마카롱 가게에도 들리고 맥카페에서도 1.10유로짜리 마카롱을 사먹어보고, 오믈렛 브런치와 카푸치노도 한잔하며 드디어 개선문에 도착했는데!



디따 컸다. 이게 멀리서 사진을 찍어 그렇지, 가까이 가서 보니 사이즈가 장난이 아니라던. 가까이에서는 도저히 한 화면 안에 담을 수 없을정도로. 박물관도, 위로 올라갈 수도 있었던 것 같지만, 황금같은 시간을 개선문에서 더이상 허비하긴 아쉬워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베르사유 전시장으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는 세계 최대의 오토쇼라는 2014년 파리 오토쇼가 10월동안 열리는 곳이다. 전시장 지도를 보고 나니까 벌써부터 피곤....


자, 이제 봐야할께... 일단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벤틀리 알파로메오 벤츠/AMG BMW 미니 레인지로버 재규어 아우디 포드 마쯔다 혼다 봐줘야하겠고.. 테슬라는 새로 출시된 모델이 없지만 가서 구경이나 좀 해주고, 기아와 현대, 쌍용도 봐줘야겠고.


오토쇼 사진은 올리자면 끝이 없기에... 이번 오토쇼 최대 관심사였던 페라리 458과 MB GTS만^^ 사실 내 개인적인 관심사는 신형 마쯔다 미아타 MX-5였지만... 사진으로 보고 실망했었는데 실물보고 더 실망했다. 확실히 안예뻐ㅠ_ㅠ

첨엔 몇개만 골라서 보려던게... 열심히 구경하다보니 6시간동안 모든 브랜드를 다 보게 되었다. 같이 간 동생은 부스마다 들려 브로셔를 받는 바람에 어깨가 빠지도록 고생했을....

열심히 돌아다니고 나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파리에서 꼭 봐야한다는 에펠탑으로!


일단 에펠탑을 꼭 봐야한다고 해서 가기는 갔는데, 진짜 내 타입이 아닌 구조물; 파리 사람들이 싫어한다던데 이유가 있었다. 별로 멋있는 것도 없이 철근만 잔뜩 갖다 놓은것과 다름이 없던... 뭐, 한국에서 공사했다면 진즉 무너졌을 철근구조물이 아직까지 안무너지고 사람들이 잘도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거 하나정도는 인정.

오토쇼에서 너무 지치기도 하고, 에펠탑 인상이 너무 안좋아 올라가진 않는걸로.. 뭐, 63빌딩 올라 서울 시내 보는거나, 보스턴 Top of the Hub/프루덴셜 타워 올라 보스턴 시내 보는거나 에펠탑에 올라 파리 시내 보는거나 다 거기서 거기일거라고 믿고 저녁이나 먹으러.

저녁엔 나도 달팽이를 먹어봤지만, 딱히 특별한 이야기는 없어서 프랑스 여행일기는 이만 마치는걸로.

아, 특별하진 않지만 웨이터가 와인 따는 솜씨가 귀신이 울고갈 솜씨라... 말하다가 눈 깜빡 했는데 어느순간 코르크가 사라져 있었다. 그런 기술 부럽지...ㅠ

Friday, October 10, 2014

만약에.. What if.

만약에... ○○했다면.

여기서 ○○에 들어가는 말은 무엇일까요?

오랫만에 회사가 시끄러워 이어폰을 끼고 일을 하는 도중에 흘러나온 곡이 태연의 만약에 (쾌도 홍길동 OST). 

노래 자체는 '사랑'을 주제로 애잔한 마음을 표현한 곡인데, 난 이걸 꼭 엉뚱한 방향으로 승화를 시켜야 적성에 맞나보다. 이건 0과 1이 아니기에, 역시 난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인가보다. 근데 뭐, 뭔가 경우없고 좀 쌩뚱맞은 사람-_-a

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Assumption이라는 것이 인생의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만약에 ○○이라면... 아니면 만약에 ○○했다면...

이러한 가정을 시도때도없이 한다. 약간은 후회가 섞인 가정일수도, 혹은 더 밝은 미래를 꿈꾸어보는 가정일수도.

내가 살아온 과거가 후회되어, 혹은 내가 그리는 미래가 밝지가 않아서 가정을 하게 되지만, 냉정하게도 시계는 꾸준하게 돌아가고 난 결국 지금 당장 현실과 맞닥뜨려야 하는데, 가정이 무슨 소용일까.

'아까 내가 빨래를 했다면 지금쯤 잘 수 있을텐데..' 뭐 이런 가정. 진실은 어차피 내가 빨래를 아까 안했고 그래서 지금 잠을 못자고 있다는 것이겠지.

사람의 삶에서 계획과 준비가 없다면 어떠한 삶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으니 쓸데없는 가정을 하는 것보단 앞으로 다가오는 지금 당장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계획을 짜고 그 계획에 맞는 준비를 하는 것이.

'아까 내가 빨래를 했다면 지금쯤 잘 수 있을텐데...' 이런 가정이 아니라 '오늘은 빨래를 못했는데 밤이 늦었으니 일단 자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세탁기에 빨래를 돌려두고 출근했다가 점심때 집에 와서 널어놓고 다시 회사 돌아가야지' 라는 계획과 그에 맞는 준비 (알람맞춰두기?).

하지만 이런 글을 써놓고 난 분명히 내일 후회할꺼야. 어제 블로그 안하고 그냥 잘껄... 이라며.

Wednesday, October 8, 2014

다행히 난 아직 사람이다.

얼마 전에 (지금 다시 보니 어제) 이젠 나름 꽤 오래 알고 지내게 된 지인과 단순히 대화를 하던 중 가슴이 뭉클해짐. 공돌이한테 가슴이 뭉클해지다니, 내가 공돌이가 된 것인가, 형이 따뜻해진 것인가. 뭐 일단 결론은 형이 원래 따뜻했던 걸로. 회사 프로젝트s, 학교 프로젝트s, 그리고 미드텀 사이에서 미치다 못해 환장하니 일도, 공부도 때려치고 이딴 노트나. 이런거 보면 난 참 그때그때 느낌과 감정에 충실한데, 왜 날 다시 돌아보면 점점 컴퓨터화 되가는지.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에 그나마 반하고자 뇌는 아직 쿼드코어가 아니라 듀얼코어라, 노트가 일로 절로 빠지고 치고 한다는 것은 함정. 쿼드였으면 더 정신 없었을텐데.

IT쟁이로의 삶을 살기 시작한지 벌써 8년차, 영화 Matrix에서 보던 컴퓨터로는 나타낼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이상하게도 0과 1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엔지니어도 아니고 프로그래머도 아니고, 더욱이 바이너리와는 친할 수 밖에 없는 네트워크 관리자는 아니지만 말이다. 특히나 요즘 회사 사람들과 잡담하기 시작하면 지루하기 짝이없고 (응??) 프로젝트 관련 회의를 할 때도 내가 질문을 했을 시 상대편의 대답이 풍자하거나 구상적, 비유적이거나 은유법을 포함하고 있다면 반드시 Yes, 혹은 No로 대답할 수 있도록 끝까지 캐묻는다.

예를 들자면... 운영팀 이사와 얘기하면서 내가 뭔가를 보여주자 'Oh, so-and-so told me about it.'이라고 말을 했다. 난 나도 모르게 'So, you didn't know about it before?'하고 되물었다. 

물론 이사 입장에서야 '그 사람이 알려줘서 그때야 알았다' 라는 뜻이었겠지만, 나에겐 그 사람이 말해줬다는 것은 그냥 단순한 팩트 중의 하나일 뿐이고, 당신이 그 전에는 알았느냐 몰랐느냐, 즉 내가 '당신은 이 전에 모르고 있었단 말이죠?'라고 되물으며 Yes/No의 답을 기대했지만. 이사의 대답은 'I just said so-and-so told me about it.'이라고 다시 말하자 난 거기에 또 'I'm asking if you were not aware of this before.'라고 답변을. 결국은 No라는 답을 받아냈다-_-)v

우정도 0, 1. 사랑도 0, 1. 우주도 0, 1. 모든 것은 바이너리로, Yes/No로, 혹은.. 좀 더 나아간다면 Pass/Fail로 나뉘게 된, 뭔가 굉장히 씁쓸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내 삶.

각각의 항목에 조건들이 있고... 그 조건들이 Fail 혹은 Pass로 나뉜다. 무슨 애플리케이션 테스트 하는 것처럼. 0 은 Fail, 1 은 Pass.

사람 1을 두고 테스트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Test 우정의 조건 #1. Pass
Test 우정의 조건 #2. Pass
Test 우정의 조건 #3. Pass
Test 우정의 조건 #4. Fail
Result == Fail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자면 그 누구나 평등하게 사랑해야 하지만, 사람들 모두가 누구나 다 친구하는건 아니잖아? 싸우기도 하고, 뭔가 안맞아서 안 친하기도 하고. 어쨌든 뭐, 다른사람들이 뭔가 안맞아서 다른 한 사람과 안친한거나, 내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Fail이 하나라도 있으면 우정 == 0인거나 똑같네. 감성은 필요 없는듯.

사람 2을 두고 테스트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Test 사랑의 조건 #1. Pass
Test 사랑의 조건 #2. Fail
Test 사랑의 조건 #3.
Test 사랑의 조건 #4.
Result == Fail

참 편하다. 첫번째나 두번째 조건을 Pass하지 못한다면 조건 3, 4는 볼 필요도 없다. 요즘 누군가에게 푹 빠져서 머리로는 아니라고 하면서 마음으로는 못 헤어나오고 있는 누구보다는 훨씬 나은듯.

그런데 여기서 그 조건이라는 것 자체는 0과 1로, 혹은 Pass/Fail로 표현할 수 없다는게 그나마 다행일까? 난 아직 사람이다.

Fail이라는 결과를 접할 때. 누구나 이상형은 있잖아? 그 이상형에 대한 기준이 있을 것이고. 나도 그냥 그 사랑에 대한 조건들이, 아쉽지만 0과 1의 형태로 내 머릿속에 존재되어 간다는 것. 언젠가 학교 끝나고 삶의 질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면 0과 1의 극단적인 결정에서 좀 더 인간다운 내가 될 수 있겠지. 참고로 시험점수는 0과 1이 아니라 100점이 최고치, 혹은 A, B, C가 나오기에 연산에러. 개드립 한번 쳐주고 싶었어.

주변에선 연애하라고 하는데 - 특히 몇몇 진짜 친한 분들은 내 인간성이 사라져 간다고 - 연애를 두고 테스트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Test 연애의 조건 #1 - 여유. Fail

일단 첫번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기에 다른 조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나보고 무엇때문에 그리 바쁜지, 니가 바쁘면 얼마나 바쁘겠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뭐, 당신이 보기엔 당신보다 덜 바쁠수도 있겠네요.' 한번 삶을 바꾸어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이러다가 갑자기 회장님께서 갑자기 오셔서 '바꿔 살아볼까?' 이러면 낭패일테니, 이건 패스.

친구들과 조그마한 사업을 계획하고 시작한지 벌써 3년 (개장은 2012년 4월에 했지만 계획은 2011년 여름부터 짰기에). 뭐, 현금이라는게 장사가 잘되면 생기고 장사가 안되면서 지출이 늘어나면 사라지고 하는거지만, 은근히 짠돌이가 됐는지 요즘 돈을 쓸 때는 손익계산을 머리로 잽싸게 하게된다. 딱히 액수와 상관없이.

그래도 꼴에 남자라고 필요한 것만 사는 모양인데, 필요한 것 같으면서도 손익타산, 득실이 맞지 않으면 절대 안산다. 미련은 남겠지만. (이해를 못하시는 분들은... 여자는 필요없는 2달러짜리 물건을 1달러에, 남자는 필요한 1달러짜리 물건을 2달러에 산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는데...).

뭐, 간단히 예를 들자면 점심값이 15달러일때.. 조금 비싸고 물론 더 싼 메뉴도 많지만, 15달러를 냄으로써 내가 맛나게 점심을 먹고 배를 채울 수 있다는 득 - 15달러를 쓴다.

1달러짜리 과자가 눈앞에 보여서 잠시 유혹이. 하지만 방금 막 점심을 먹어서 나중엔 몰라도 지금 당장은 먹고싶지 않다 - 1달러를 안쓴다. (문제는 2시간 뒤에 쓴다는거?)

이게 인간관계로 넓혀지니 참 애먹인다. 나도 한창 청춘이라고 주변 다른 사람들처럼 놀고싶기도 하고. 이럴땐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 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생각한다.

만약에 약속이 잡힐 것 같은데... 상대편에 대한 우정 테스트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결과가 Fail이라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No. 결과가 Pass라면 이제 내가 해야할 일과 비교를 하는데, 이건 좀 더 까다롭다. 비교하는 기준은 내가 해야할 업무의 양과(회사 일이라던지 학교 일이라던지) 마감기한, 그리고 나가게 됨으로써 지출하게 될 금전적인 결과물고 내가 나감으로써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업무의 양이 상상을 초월하고 마감기한이 이틀 뒤라면 절대 안나간다. 업무의 양도 별로 없고 마감기한도 2주일 뒤인데, 나가서 놀아도 별로 즐거움이 없을 것 같아도 안나간다. 아무리 비싼 음식을 먹게 되고 금전적인 지출이 크게 되더라도 지인(들)과 어울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면 나간다.

가끔씩 나는 돈을 잘 번다고 생각하는 지인들이 있는데, 혹은 미국 IT는 그래도 연봉 꽤 되잖아 라고. 얼마를 기준으로 잘 번다고 생각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나도 잘 벌어봤으면 좋겠다. 아직 턱도 없어. 난 아마 돈욕심 있었다면 지금쯤 죽을맛일듯. 최근부터 조금씩 생겨서 문제지.....

요즘 바빠서 업무의 양도 넘치고 마감기한도 매일매일이라 나가기가 좀 힙들다. 몇일 전에 요령이 생겨서 이제 짬이 난다고 했는데, 너무 빨리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난 아직 세상을 몰라ㅠ_ㅠ 가끔씩 동생들이 나보고 돈말 벌고 못쓰면 안된다고 하는데, 돈을 안쓰는, 못쓰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다 쓰긴 쓴다는... 티가 안날 뿐이지.

다행히 즐거움은 아직 0과 1로 환산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다. 난 아직 사람이다.

에효... 이런 프로젝트보다 예전에 C 배울때 대충 코드 짜서 제출하는 과제가 훨 나았다ㅠ

Monday, October 6, 2014

고객 행복

행경 제 2535호는 오늘따라 유별나게 마음이 끌린다. 아마 최근 큰 이슈가 됐던 마윈회장의 글이라서 더 그런걸까?

"고객행복의 총합은 회사 매출총액과 같다."
가전제품을 한 번도 사본 적 없는 어머니가 나에게 하이얼 제품을 사라고 하시기에 그 이유를 물었다.
어머니 말씀이 '그 회사는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러 오면 천 조각으로 바닥을 깨끗하게 닦아주고 간다'고 했다.
그 천 조각이 닦는 것은 바닥도, 가전제품도 아니다.
바로 고객의 마음이다.
-마윈 할리바바 회장, '마윈처럼 생각하라'에서
우리 트럭도 앞으로 고객들에게 내어줄 때 그릇 바닥에 묻은 기름을 닦아서 주라고 할까? 그러기엔 너무 복잡해지는데.. 흐음... 고민해봐야겠다.

밑은 행경 주석.

고객행복의 총합이 바로 회사 총 매출이 됩니다.
오랜 기간 성공하긴 위해선 매출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 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고객은 기업의 가장 큰 서포터입니다.

맞는 말이지... 고객이 있어야 회사가 물건을 팔 수 있는데, 장사를 하다보면 눈앞의 편함과 당장의 수익에 눈이 멀어 할 수 있는 일도 안하고 게을러지게 되는데.

조만간 exec 미팅 한번 콜해서 직원워크샾 한번 하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