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October 8, 2014

다행히 난 아직 사람이다.

얼마 전에 (지금 다시 보니 어제) 이젠 나름 꽤 오래 알고 지내게 된 지인과 단순히 대화를 하던 중 가슴이 뭉클해짐. 공돌이한테 가슴이 뭉클해지다니, 내가 공돌이가 된 것인가, 형이 따뜻해진 것인가. 뭐 일단 결론은 형이 원래 따뜻했던 걸로. 회사 프로젝트s, 학교 프로젝트s, 그리고 미드텀 사이에서 미치다 못해 환장하니 일도, 공부도 때려치고 이딴 노트나. 이런거 보면 난 참 그때그때 느낌과 감정에 충실한데, 왜 날 다시 돌아보면 점점 컴퓨터화 되가는지.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에 그나마 반하고자 뇌는 아직 쿼드코어가 아니라 듀얼코어라, 노트가 일로 절로 빠지고 치고 한다는 것은 함정. 쿼드였으면 더 정신 없었을텐데.

IT쟁이로의 삶을 살기 시작한지 벌써 8년차, 영화 Matrix에서 보던 컴퓨터로는 나타낼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이상하게도 0과 1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엔지니어도 아니고 프로그래머도 아니고, 더욱이 바이너리와는 친할 수 밖에 없는 네트워크 관리자는 아니지만 말이다. 특히나 요즘 회사 사람들과 잡담하기 시작하면 지루하기 짝이없고 (응??) 프로젝트 관련 회의를 할 때도 내가 질문을 했을 시 상대편의 대답이 풍자하거나 구상적, 비유적이거나 은유법을 포함하고 있다면 반드시 Yes, 혹은 No로 대답할 수 있도록 끝까지 캐묻는다.

예를 들자면... 운영팀 이사와 얘기하면서 내가 뭔가를 보여주자 'Oh, so-and-so told me about it.'이라고 말을 했다. 난 나도 모르게 'So, you didn't know about it before?'하고 되물었다. 

물론 이사 입장에서야 '그 사람이 알려줘서 그때야 알았다' 라는 뜻이었겠지만, 나에겐 그 사람이 말해줬다는 것은 그냥 단순한 팩트 중의 하나일 뿐이고, 당신이 그 전에는 알았느냐 몰랐느냐, 즉 내가 '당신은 이 전에 모르고 있었단 말이죠?'라고 되물으며 Yes/No의 답을 기대했지만. 이사의 대답은 'I just said so-and-so told me about it.'이라고 다시 말하자 난 거기에 또 'I'm asking if you were not aware of this before.'라고 답변을. 결국은 No라는 답을 받아냈다-_-)v

우정도 0, 1. 사랑도 0, 1. 우주도 0, 1. 모든 것은 바이너리로, Yes/No로, 혹은.. 좀 더 나아간다면 Pass/Fail로 나뉘게 된, 뭔가 굉장히 씁쓸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내 삶.

각각의 항목에 조건들이 있고... 그 조건들이 Fail 혹은 Pass로 나뉜다. 무슨 애플리케이션 테스트 하는 것처럼. 0 은 Fail, 1 은 Pass.

사람 1을 두고 테스트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Test 우정의 조건 #1. Pass
Test 우정의 조건 #2. Pass
Test 우정의 조건 #3. Pass
Test 우정의 조건 #4. Fail
Result == Fail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자면 그 누구나 평등하게 사랑해야 하지만, 사람들 모두가 누구나 다 친구하는건 아니잖아? 싸우기도 하고, 뭔가 안맞아서 안 친하기도 하고. 어쨌든 뭐, 다른사람들이 뭔가 안맞아서 다른 한 사람과 안친한거나, 내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Fail이 하나라도 있으면 우정 == 0인거나 똑같네. 감성은 필요 없는듯.

사람 2을 두고 테스트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Test 사랑의 조건 #1. Pass
Test 사랑의 조건 #2. Fail
Test 사랑의 조건 #3.
Test 사랑의 조건 #4.
Result == Fail

참 편하다. 첫번째나 두번째 조건을 Pass하지 못한다면 조건 3, 4는 볼 필요도 없다. 요즘 누군가에게 푹 빠져서 머리로는 아니라고 하면서 마음으로는 못 헤어나오고 있는 누구보다는 훨씬 나은듯.

그런데 여기서 그 조건이라는 것 자체는 0과 1로, 혹은 Pass/Fail로 표현할 수 없다는게 그나마 다행일까? 난 아직 사람이다.

Fail이라는 결과를 접할 때. 누구나 이상형은 있잖아? 그 이상형에 대한 기준이 있을 것이고. 나도 그냥 그 사랑에 대한 조건들이, 아쉽지만 0과 1의 형태로 내 머릿속에 존재되어 간다는 것. 언젠가 학교 끝나고 삶의 질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면 0과 1의 극단적인 결정에서 좀 더 인간다운 내가 될 수 있겠지. 참고로 시험점수는 0과 1이 아니라 100점이 최고치, 혹은 A, B, C가 나오기에 연산에러. 개드립 한번 쳐주고 싶었어.

주변에선 연애하라고 하는데 - 특히 몇몇 진짜 친한 분들은 내 인간성이 사라져 간다고 - 연애를 두고 테스트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Test 연애의 조건 #1 - 여유. Fail

일단 첫번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기에 다른 조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나보고 무엇때문에 그리 바쁜지, 니가 바쁘면 얼마나 바쁘겠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뭐, 당신이 보기엔 당신보다 덜 바쁠수도 있겠네요.' 한번 삶을 바꾸어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이러다가 갑자기 회장님께서 갑자기 오셔서 '바꿔 살아볼까?' 이러면 낭패일테니, 이건 패스.

친구들과 조그마한 사업을 계획하고 시작한지 벌써 3년 (개장은 2012년 4월에 했지만 계획은 2011년 여름부터 짰기에). 뭐, 현금이라는게 장사가 잘되면 생기고 장사가 안되면서 지출이 늘어나면 사라지고 하는거지만, 은근히 짠돌이가 됐는지 요즘 돈을 쓸 때는 손익계산을 머리로 잽싸게 하게된다. 딱히 액수와 상관없이.

그래도 꼴에 남자라고 필요한 것만 사는 모양인데, 필요한 것 같으면서도 손익타산, 득실이 맞지 않으면 절대 안산다. 미련은 남겠지만. (이해를 못하시는 분들은... 여자는 필요없는 2달러짜리 물건을 1달러에, 남자는 필요한 1달러짜리 물건을 2달러에 산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는데...).

뭐, 간단히 예를 들자면 점심값이 15달러일때.. 조금 비싸고 물론 더 싼 메뉴도 많지만, 15달러를 냄으로써 내가 맛나게 점심을 먹고 배를 채울 수 있다는 득 - 15달러를 쓴다.

1달러짜리 과자가 눈앞에 보여서 잠시 유혹이. 하지만 방금 막 점심을 먹어서 나중엔 몰라도 지금 당장은 먹고싶지 않다 - 1달러를 안쓴다. (문제는 2시간 뒤에 쓴다는거?)

이게 인간관계로 넓혀지니 참 애먹인다. 나도 한창 청춘이라고 주변 다른 사람들처럼 놀고싶기도 하고. 이럴땐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 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생각한다.

만약에 약속이 잡힐 것 같은데... 상대편에 대한 우정 테스트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결과가 Fail이라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No. 결과가 Pass라면 이제 내가 해야할 일과 비교를 하는데, 이건 좀 더 까다롭다. 비교하는 기준은 내가 해야할 업무의 양과(회사 일이라던지 학교 일이라던지) 마감기한, 그리고 나가게 됨으로써 지출하게 될 금전적인 결과물고 내가 나감으로써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업무의 양이 상상을 초월하고 마감기한이 이틀 뒤라면 절대 안나간다. 업무의 양도 별로 없고 마감기한도 2주일 뒤인데, 나가서 놀아도 별로 즐거움이 없을 것 같아도 안나간다. 아무리 비싼 음식을 먹게 되고 금전적인 지출이 크게 되더라도 지인(들)과 어울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면 나간다.

가끔씩 나는 돈을 잘 번다고 생각하는 지인들이 있는데, 혹은 미국 IT는 그래도 연봉 꽤 되잖아 라고. 얼마를 기준으로 잘 번다고 생각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나도 잘 벌어봤으면 좋겠다. 아직 턱도 없어. 난 아마 돈욕심 있었다면 지금쯤 죽을맛일듯. 최근부터 조금씩 생겨서 문제지.....

요즘 바빠서 업무의 양도 넘치고 마감기한도 매일매일이라 나가기가 좀 힙들다. 몇일 전에 요령이 생겨서 이제 짬이 난다고 했는데, 너무 빨리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난 아직 세상을 몰라ㅠ_ㅠ 가끔씩 동생들이 나보고 돈말 벌고 못쓰면 안된다고 하는데, 돈을 안쓰는, 못쓰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다 쓰긴 쓴다는... 티가 안날 뿐이지.

다행히 즐거움은 아직 0과 1로 환산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다. 난 아직 사람이다.

에효... 이런 프로젝트보다 예전에 C 배울때 대충 코드 짜서 제출하는 과제가 훨 나았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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